심리극을 통한 상담 과정

심리극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인 주인공, 연출자, 보조 자아, 관객, 무대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자. 그런 다음 심리극의 과정인 준비 단계, 실연 단계, 그리고 종결 단계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1) 심리극의 구성요소

심리극에 근거한 집단상담은 현재 집단 구성원들의 심리적 문제해결을 위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여기서는 심리극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중요한 구성요소에 대해 살펴보자. 심리극의 구성요소로는 일반적으로 다섯 가지를 든다. 이러한 다섯 가지는 주인공, 연출자, 보조자아, 관객, 무대의 다섯 가지이다. 그러면 이러한 구성요소의 의미를 살펴보자.

 

주인공

말 그대로 주인공은 심리극의 핵심 인물로 연출자에 의해 선발되어 자신의 심리적 현상을 관객들에게 보여 주는 사람이다. 주인공은 자기가 느끼는 문제를 드러내는 가장 중심적 인물로 심리극을 통해 개인의 내면세계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인간관계를 보여 준다. 심리극에 참여하는 집단 구성원이면 누구나 심리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대체로 심리극은 주인공이 내놓는 갈등이나 생활 장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 점이 근본적으로 사회극과 다른 점으로 사회극은 좀 더 집단 내의 개인과 개인 혹은 집단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지만, 심리극은 좀 더 주인공 개인의 내면세계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연출자

연출자는 주인공이 자신의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심리극을 할 수 있도록 심리극 전반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대개 집단지도자, 치료자, 교사, 또는 상담자로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연출자를 맡는다. 연출자는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심리적 차원을 이해하고 신뢰감을 주어 주인공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객관적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연출자는 주인공의 심리적 차원을 이해하고 극 중에 일어나는 변화를 예민하게 관찰하는 것 외에도 관객의 반응과 변화도 살펴 가면 서 극을 진행해야 한다. 심리극의 연출자는 일견 모순처럼 보이는 이중적 역할과 기능이 동시에 요구된다. 스스로 하도록, 즉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집단 구성원에게 자유로움과 융통성을 부여하면서도 동시에 집단이 해야 할 작업의 틀, 구조를 주어야 한다.

 

보조자아

심리극에서 보조 자아는 주인공이 극을 엮어 가는 과정에서 극의 상황을 함께 연기해 줄 상대 인물을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인물을 말한다. 보조자아는 극 중에서 주인공의 상대역을 하고 주인공이 극을 진행하게 하는 데 촉진자 역할을 한다. 보조자아는 보통 집단 구성원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나 전문적 보조 자아에 의해 수행된다. 전문 보조 자아를 사용할 때의 이점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자신을 준비시키는 데 숙련되어 있다는 것이고, 다양한 역할을 해낼 수 있으며, 감정 표현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는 주인공에게 특정 역할을 맡은 보조자아를 선택하도록 한다. 이때 그 선택의 직관적 배경을 후에 검토해 봄이 바람직하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집단구성원 혹은 관객 중에서 하고 싶은 이에게,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판단되는 이에게 맡기는 것이다. 보조자아는 주인공의 아버지, 어머니 등 주인공에게 중요한 타인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변형된 자아, 예를 들어 양심, 감정, 이성, 죄책감 등 속마음 역할을 하기도 하며, 환상 속의 인물, 즉 신, 재판관, 악마 등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책상, 현관, 옷장, 집 등의 무생물이지만 주인공에게는 의미 있는 사물이나 대상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관객

관객은 심리극이 진행되는 동안 심리극 모임에 참석하여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심리극에서 관객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고 통찰을 얻음으로써 직접 도움을 받기도 하고, 또 주 인공의 극이 끝나면 극 속에서 공유한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주인공들이 되는 것이다. 마무리 단계에서 관객들의 반응은 진행된 극을 정리하고 주인공이 심리극에서 탐색한 것들을 정리하는 데 필요하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이 겪었던 비슷한 경험이나 느낌, 매우 다르게 느꼈던 경험에 대한 관객들의 이야기는 주인공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관객이 극을 어떻게 보고 느끼는 것인지 일일이 설명하거나 훈련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극에 지속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극을 어떻게 보고 느끼고 주인공에게 느낀 점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점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무대

심리극에서 무대는 약간 둥근, 그리고 계단식으로 경사가 있는 관객석, 관객과 무대 사이를 연결 짓는 널찍한 계단, 조명과 음향으로 구성된다. 무대 위에는 의자, 쿠션 등의 몇 가지 소품이 필요하고, 조명이나 음향 기구는 필수적이지는 사용 가능할 때 상당한 효과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붉은색 조명은 지옥, 작은 술집, 강렬한 감정이 표출될 때 사용하면 좋고, 푸른색 조명은 죽음, 바다를, 초록색 조명은 희망, 따뜻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심리극의 진행 단계

다음으로 심리극의 진행 단계를 알아보자. 진행 단계는 세 단계, 즉 워밍업 단계, 실연 단계, 종결 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계에서 무엇이 행해지는가를 살펴보자.

 

워밍업 단계

이 과정은 모든 연기의 첫 번째 과정이다. 심리극에 들어가기 전에 집단의 목표, 역할, 경비, 한계, 시간 배정 등을 집단 구성원들에게 분명히 해야 한다. 이 단 계에서 참여자들이 심리극 연기로 들어가기 위해 심리적, 신체적 준비를 하는 단계로, 주인공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극화시키기 전에 참여자들이 심리극에 친숙해지고 극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주인공으로 설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극으로 표현하는 문제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단계이다.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믿는 분위기가 자신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꺼낼 수 있는 바탕이 되므로 연출자는 이 시간에 집단의 응집력과 자발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준비 단계에서의 준비는 관객뿐 아니라 연출자 자신에게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단계에서 연출자는 집단 구성원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실연 단계에서 해야 할 작업의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면 집단구성원들이 자기의 문제를 개방할 준비가 되고 따라서 기꺼이 주인공으로 올라가 자기의 문제를 드러내게 되므로 연출자 입장에서는 그날 심리극의 주인공을 선택하기가 쉽고 극에 대한 저항을 감소시킬 수 있다.

 

실연 단계

실연 단계에서는 주인공의 문제 상황이 지금-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극으로 재현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주인공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갈등에 대하여 간단히 이야기하도록 한다. 그래서 그 이야기 내용이 연기로 표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로 재구성된다. 주인공의 문제를 지금 여기 상황으로 설정하여 연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무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 벌어졌던 혹은 앞으로 일어날 일과 똑같지는 않기 때문에 무대 위의 상황이 실제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의 느낌이 재현되거나 현재의 모습 등이 반영될 수 있다. 주인공이 심리극의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연출자는 실연 단계에서 다양한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주인공의 무의식 속 욕망, 갈등, 감정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한다. 연출자는 역할연기를 통해 드러난 이러한 현상을 현재 시점에서 새롭게 통찰하게 하고 바람직한 대안적 행동을 찾아갈 수 있도록 조력한다.

 

종결 단계

주인공의 문제가 극화되어 해결의 방향을 잡으면 극이 정리되면서 실연 단계가 끝이 난다. 실연 단계 이후에 심리극 참가자들은 준비운동을 하고 주인공이 하는 역할연기를 보고 참여하면서 가졌던 생각이나 감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것이 종결 단계의 작업이다. 이때 관객들은 주인공의 문제에 대한 지적인 분석이나 해석보다는 자신이 경험했던 유사한 상황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게 된다. 이 단계가 있음으로써 주인공은 감추고 있던 자신의 비밀스러운 부분이 남들 앞에 드러났을 때의 수치심이나 자기 노출 후의 불안감을 수습하고 자신이 문제를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단계는 집단 구성원들이나 주인공이 상호 지지하는 시간으로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서로의 감정과 경험을 나누고 정리하는 시간이 된다는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때 연출자는 주인공이 집단 구성원들로부터 고무적인 반응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기 위해 특히 주인공의 문제에 관해 지적인 분석보다는 집단 구성원들이 연기에 참여하고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도록 한다.